[오마이뉴스] 한숨 돌린 GM대우, 아직 갈 길 멀다
2009.02.20새사연 미디어팀

한숨 돌린 GM대우, 아직 갈 길 멀다
글로벌 과잉 자동차산업, 왜 한국이 총대 메나 

 

2009.02.19 20:19


GM대우, 매각 대상서 제외... ’라세티프리미어’ 첫 수출

미국의 자동차 빅3 중 포드를 제외한 GM과 크라이슬러가 17일 미국정부에 216억 달러(30조 2400억원)에 이르는 추가 구제 금융을 요청하면서 세계 자동차 시장의 변화는 물론 GM의 계열사인 GM대우의 운명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8일 국내외 보도에 따르면 이미 134억달러를 지원 받은 GM은 미 재무부에 166억달러를 추가 요청하는 회생 방안을 제출했다. GM이 제출한 방안은 2012년까지 미국 내 5개 공장을 추가 폐쇄하는 것으로 전체 47개 공장 가운데 33개만이 남게 된다.

GM은 현재 8개 계열사 가운데 시보레와 뷰익, 캐딜락, GMC만 남기고 새턴 등은 없애거나 매각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GM 판매량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GM대우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는 상태다.

GM대우는 생산차량의 90%를 시보레 이름으로 수출하고 있는 데다 시보레의 경차와 소형차는 현 경제 불황 속에 중요한 차종으로 통하고 있어 일단 GM대우는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는 ‘라세티프리미어’와 올해 나올 마티즈 후속 경차인 ‘스파크’도 GM대우에서 만든다.

하지만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이 ‘미국 자동차업계의 회생을 위한 구조조정방안에서 파산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어 GM 본사의 파산 가능성 등 여전히 변수는 남아 있다.

GM대우 부평공장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어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다만 GM대우는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GM의 글로벌 판매망이 상당히 중요하다. GM대우가 직접 마케팅을 할 수 없는 처지라 이번 추가 구제금융 지원으로 GM이 얼마나 재정비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오는 24일 GM대우의 준중형급 야심작 ‘라세티프리미어’가 첫 수출 길에 오른다. 이번에 수출되는 물량은 3000여대로 영국과 스페인, 스위스 등 유럽 20여개국으로 수출될 예정이다. GM이 친환경차와 중·소형차의 비중을 높일수록 GM대우의 위상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GM대우도 산업은행에 자금지원 요청, 전기 마련되나

GM대우는 세계 경제 불황과 GM 위기로 수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GM대우는 내수와 수출이 전년 대비 각각 10.7%와 7.6% 감소했으며, 올 1월 들어서는 지난해 1월에 비해 내수는 20.4%, 수출은 53.6% 급감했다.

이렇듯 내수 부진과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수출마저 타격을 입자 GM대우는 자금난을 겪고 있다. 이에 GM대우 마이클 그리말디 사장은 지난 11일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을 만나 자금지원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개별업체 지원은 곤란하다’며 ‘GM대우가 산업은행 등과 맺은 신용공여한도(크레디트라인)가 20억달러 있어 유동성 문제가 심각지 않다’고 거절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GM대우가 지난해 11월 이후 자동차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데다 수출대금 일부를 GM으로부터 결제 받지 못하는 등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식경제부를 통해 정부에 유동성 지원을 요청하기에 앞서 GM대우는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에 자금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뉴스투데이>는 19일 ‘GM대우가 이달 첫째 주에 산업은행에 자금지원을 요청했다’며 ‘산업은행은 지난 17일 현금 흐름을 알 수 있는 관련 자료를 이달 말까지 제출하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GM대우는 지난 2002년 10월 출범 당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 4개 은행과 설정한 신용공여한도(크레디트라인) 12억 5천만달러(1조 3762억원)를 모두 소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지난 2002년 이들 4개 은행에서 올 10월 만기로 7억 5천만달러를 대출받았으며, 이 중 6억 5천만달러를 상환하고 미상환액 1억 달러가 남아있다.

현재 산업은행은 지원 여부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GM대우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여부는 내달 초·중순에 결정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으며, GM대우는 수천억원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18일 열린 한국자동차공업협회와 지식경제부간 간담회에서 국내 자동차업계는 정부에 금융지원을 호소했다. 자동차업계는 올 세계 자동차시장 상황이 예상보다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정부에 수출 확대를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올해 세계 자동차 수요가 지난해보다 10~15% 줄어든 5940만대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수요가 더 감소할 것”이라며 “비상 상황임을 감안해 자동차업계에 대한 은행의 여신한도 가운데 수출 부분은 예외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GM대우는 환율통제와 송금제한으로 금융 시스템이 불안한 우즈베키스탄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수출확대를 위해 전대차관(외국환은행이 국내 거주자에게 수입결제 자금으로 전대할 것을 조건으로 도입하는 외화자금) 규모를 늘려 줄 것과 함께 마케팅 기회인 모터쇼 참가비용 지원을 요청했다.

자동차시장 변화 불가피... 섣부른 구조조정 되레 악

GM과 크라이슬러가 2차 구제 금융을 요청하면서 세계 자동차 시장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의 구제 금융지원 여부와 상관없이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만큼 시장 점유율은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증권은 ‘미국 자동차 업체가 유럽이나 일본의 자동차 업체보다 인건비가 40% 높은데다 연구개발 투자 여력이 없어 이미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추락이 단기적으로 국내 자동차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지라도 장기적으로 득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경우 지난해 기준 생산능력은 8700만대를 웃돈다. 이 가운데 7000만대만이 판매됐다. 앞서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올 판매량을 이보다 감소한 5940만대가 판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세계 자동차 공장가동률이 70~80% 아래로 떨어진다는 얘기다. 때문에 쌍용자동차를 중심으로 구조조정 얘기가 슬슬 나오고 있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지만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7.5%(530만대)에 불과하다. 한국자동차가 모두 청산된다고 해도 현 자동차시장의 과잉은 해소 되지 않는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은 지난 6일 보고서 <2009 경제쟁점 4: 제조업 죽이고 고용 외면해도 되나>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거나 경쟁력을 상실한 자동차 기업들이 먼저 정리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고 가장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새사연은 또" GM대우는 GM그룹에서 가장 양호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2004년 말 상하이 자동차에 인수된 이후 2006년부터 영업이익 기준으로 흑자 전환했고, 2007년 44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금융위기가 터진 데다가 그 동안 상하이차의 투자 기피 문제가 누적되어 2008년부터 적자폭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라며 "과잉생산으로 인한 구조조정이 일어난다면 한국의 자동차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구조조정되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과잉에 대처하는 자세는 나라마다 다르다. 자동차 산업의 대표주자인 미국의 경우 당초 적자와 부실로 무너질 것으로 예상됐던 포드, GM,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회사 빅3에 대해 지난해 미국 정부는 1차 구제금융 174억달러(2차 추가금융 216억달러 요청)를 지원하며 파산위기에서 유예시켰다.

미국도 자동차 산업이 자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끝까지 보호하려 드는 것이다. 이는 자유 무역의 전도사 역할을 했던 미국에서조차 현 세계 경제 불황국면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개입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국내 자동차산업역시 파급효과가 큰 만큼 섣부른 구조조정을 서두르기보다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고용안정을 위한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미국 정부가 GM을 구제하기로 한 만큼 한국정부도 GM대우가 국가경제 인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이제 지원책을 내놓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갑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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