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의 또 다른 사연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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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 불효자로 몰고 비난하는 일부 네티즌 악성댓글 가슴 아파” ▷“할머니는 죽은 소의 무덤 봉분을 다시 해놓고 오늘도 눈시울을 붉혔다.” ▷국민의 심금을 울리고 있는 다큐영화 ‘워낭소리’의 주인공인 소가 묻혀 있는 무덤이 새로 단장되고 있다. 2월 9일 오후, 경북 봉화군 상운면 최원균 할아버지(81)의 산밭. 할아버지와 함께 워낭소리에 출연한 이삼순 할머니(78)와 큰아들 영두씨(55), 둘째 사위 나영호씨(50)가 유실된 봉분을 새로 만드는 작업을 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 할머니는 “요즘 소 생각이 많이 나서, 오늘 큰아들과 사위와 소 무덤 단장하러 나욌다”며 손수 삽을 들고 흙을 파서 손으로 봉분을 두드렸다. 할아버지에 대해 묻자 숨을 몰아쉬며 “오늘 몸이 불편해 집을 보고 있다”고 대답하고 다시 손으로 봉문을 매만진다. 허리가 굽어진 작은 체구로 흙을 퍼 연방 봉분을 돋우는 모습에서 소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물씬 배어나고 있다. 큰아들과 사위도 삽으로 봉문의 모양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해가 서산마루에 걸릴 때쯤에야 봉분의 모양이 제대로 만들어졌다. 할머니는 무덤에 술을 뿌리고, 옆에 주저앉아 “소야 잘 있거라”고 작별 인사를 전한다. 한때 소의 봉분이 훼손된 것과 관련해 황당한 얘기가 나돌았다. “늙은 소뼈가 몸에 좋다는 이유로 도굴한 흔적이다” “멧돼지가 파헤친 것이다”는 등의 근거없는 소문이다. 이에 대해 큰아들은 “그럴 리는 절대 없다. 옛날에야 죽은 소를 파가기도 했다지만…, 이곳에 멧돼지가 나오기도 하지만…”이라며 어이없어 했다. 큰아들은 “포클레인으로 다져 놓은 묘지의 봉분이 빗물에 휩쓸려 내려가자 죽은 소를 걱정한 어머니가 혹시 누가 파간 것이 아니냐며 걱정한 얘기가 와전된 것”이라고 소문을 일축했다. 봄기운이 완연히 감도는 산자락, 소의 무덤 건너편에는 최 할아버지 모친의 묘가 곱게 단장돼 있다. 어머니의 무덤 먼발치에 소의 무덤을 만든 것은 할아버지의 소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를 가늠하게 한다. 한낮에 모친의 묘를 비춘 태양이 늦은 오후에는 소의 무덤을 비추도록 자리를 잡아준 것이다. 소의 무덤은 최 할아버지 밭과 이어진 산자락에 있다. 소가 묻히기 전에는 곡식을 심던 땅이었으나 소의 무덤을 만든 후에는 경작을 안해 여름이면 풀이 무성하게 자란다. 봉분 작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큰아들은 “4월이 되면 떼(잔디)를 입히고, 묘비도 다른데 맡기지 않고 직접 만들어 세울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 ||||
그러나 최 할아버지 가족에게 어두운 그림자도 생겼다. 일부 네티즌들이 악성 댓글을 다는 탓에 가족들이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는 말하지는 않았지만, 참으로 말이 안된다고 큰아들은 하소연했다. 자식들을 불효자로 몰고, 심지어 소에게 힘든 일을 시켰다는 이유로 할아버지를 “강호순보다 더 나쁘다”고 비난한 경우도 있었다. 일일이 대응할 생각은 없지만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큰아들은 당초 영화에 가족들도 많이 촬영했으나 영화에는 거의 나오지 않았는데 이를 두고 자식들이 부모를 제대로 모시지 않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할머니는 16살 때 시집와 9남매(5남 4녀)를 두었고, 이들은 봉화, 영주, 대구, 서울 등에서 직장이나 개인사업 등을 하고 있다. 큰아들은 대학 졸업 후 ROTC 장기 복무를 거쳐 현재 봉화지역 고등학교에서 미술교사로 재직 중이다. 학교가 끝나면 틈틈이 부모님 댁을 찾아 큰 일을 챙기고, 근무가 없는 방학이나 휴일에는 하루에 2번씩 찾아뵙는 날도 많아 지역에서 소문난 효자로 알려져 있다. 봉화 송이축제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미술협회 지부 일도 맡아서 하고 있다. 소 무덤의 봉분이 새로 단장된 이날 저녁 무렵, 최 할아버지 집에는 미대 졸업반인 손녀딸(큰아들 딸)이 와 있었다. 할아버지는 아픈 다리를 이끌고 새 식구가 된 일소에게 먹일 소죽을 쑤고 있었다. 직접 소죽을 갖다 주며 얼마전 새끼를 낳아 기특하다며 소를 연방 쓰다듬는다. 최 할아버지의 집 처마 끝에는 죽은 소가 달고 다니던 워낭이 저녁 봄바람에 일렁이고 있었다. | ||||
▶제작사 “흥행수익 10% 老부부에 전달” 의사 화제 ▶독립영화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다큐멘터리 ‘워낭소리’가 또 하나의 훈훈한 소식을 전했다. 제작사가 영화의 주인공인 최원균 할아버지-이삼순 할머니 부부를 위해 흥행수익의 일부를 기부하겠다고 밝힌 것. 제작과 개봉이 무산될 뻔한 위기와 시련을 겪고 어렵게 일군 성공으로 시름 깊은 한국영화에 희망을 가져다준 데 이어, ‘나눔’까지 실천해 1억여원짜리 ‘작은 영화’는 더욱 큰 빛을 발하게 됐다. 흥행에 ‘쪽박’을 차도, ‘대박’을 터뜨려도 늘 아옹다옹 뒤끝이 좋지 않고 법정다툼이 비일비재한 영화계에서 독립영화의 ‘작은 실천’이 작품만큼이나 따뜻한 사연을 만들어냈다. 제작사 스튜디오 느림보 대표이자 이 영화의 프로듀서를 맡은 고영재 씨는 11일 헤럴드경제와 만난 자리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께 흥행수익의 10%를 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한 가장 좋은 길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두 내외분과 가족들이 협의해 결정이 나면 따르겠다”고 했다. 이는 상업, 독립영화계를 통틀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인 일이다. 러닝 개런티는 톱스타조차도 2~3%를 넘지 않는 게 보통. 그러나 계약이나 의무사항도 아닌 일종의 사례비로 흥행수익의 10%를 준다는 건 그만큼 대단한 일이다. 이번 영화의 흥행에는 이충렬 감독과 고영재 프로듀서의 ‘악전고투’가 있었기에 이들의 결단은 더욱 의미가 깊다. 이 감독이 2000년께부터 기획하고 2005년부터 촬영에 들어가 2007년 완성한 ‘워낭소리’는 원래 방송 다큐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방송사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고 빚으로만 남을 운명이었다. 이때 고영재 대표가 합류, 개인 돈을 투자한 것은 물론 대출까지 받아 후반작업과 개봉ㆍ마케팅작업을 진행, 극장용 영화로 개봉됐다. 고영재 대표는 이미 홋카이도 조선학교를 다룬 휴먼 다큐멘터리 ‘우리 학교’를 제작, 배급해 11만4000명을 동원했으며, ‘워낭소리’까지 연이어 히트시키며 ‘독립영화계 미다스의 손’이 됐다. 그는 전작으로 얻은 수익의 상당 부분도 각종 단체에 기부했다. 한편, ‘워낭소리’는 지난 9일까지 30만5000명을 돌파하며 흥행 중이다. 이충렬 감독은 “제작사의 거듭된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촬영지에 아직도 취재 및 방문이 이어지고 있어 할아버지 할머니의 심기가 불편하시다”며 “제발 삼가 달라”고 당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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